예술이란 각각 세계로 도달하는 문이다. 그 문중에 하나인 것이 소설이다. 그렇다면 도달한다 라는 것은어떤 의미일까. 그것도 세계에 도달한다는 말을 쉬운 말로 어떤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가령 역사나 사건들은 단지 일어날 뿐이다. 그러나 예술은 그 일어나는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사람들이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소설이라면 가상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그 사건속에 집어놓음으로써, 그 사건을 맞이한 사람의 감정을느끼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술의 역사는 가치의 역사이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 항상 현존하는 것, 항상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의 역사다.밀란 쿤데라는 내가 경험한 소설가중에 가장 솔직한 소설가라는 느낌을 준다. 그 이유는 소설속에서 불쑥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사라지고, 또 갑자기 나타나 인물에 대한 적극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가 소설의 스토리를 이어가는데 방해될 것 같지만, 오히려 소설속의 이야기를 소설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소설속에는 인물이 나온다. "죄와 벌"에서 다양한 인물이 자신의 속마음과 허례허식과 같은 말을 썩어가면서 이것이 진짜 인간이다라고 할 정도로 인간 본성을 솔직하게 내비치는데, 쿤데라 역시 소설 목적중에 하나를 바로 인간 본성의 발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소설을 창작하면서 소설가는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져 있던 인간 본성 의 양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소설 창작은 그러므로 인식의 행위다.""소설가의 야심은 이전 선배들보다 나아지려는 데에 있는 거싱 아니라, 그들이 보지 않았던 것을 보고 그들이 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데에 있다." 그렇다. 바로 소설은 인간의 본성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게 된다. 그래서 한번밖에 경험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인간으로서의 본성뿐만 아니라, 타인이라는 인간의 본성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소설은 다양한 형식으로 다가온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무생물이나 사물에 인간같은 생명을 불어넣어 이야기를 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 다양한 행위가 세계를 바라보는 문을 더욱 쉽게 열수 있게, 또 많은 사람들이 그 문을 통할 수 있게 한다라는 목적만 달성한다면야.."산문은 삶의 고통스럽거나 통속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그때까지 무시되었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있다."소설속의 주인공은 한 시대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유한적인 땅에서 태어나고 또 자라나게 된다. 그 인물이 자라고 또 보고 듣고 하는 것은 그 주인공이 나무라고 했을때 공급되어지는 거름이나, 햇빛, 그리고 수분같은 존재이다. 그러기에 한 소설속에서의 시대배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시대에 따라서 인간은 적응하는 방법도 다르며 저항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많은 소설속에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확률상으로도 같은 시대의 같은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라는것이 희박하다는 걸 뼈져리게 느껴지기 때문에,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항상 독특한 가치를 가진 인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예술 작품들은 그 역사에서 떨어져 나오게 되면 훌륭한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수많은 전쟁의 역사속에서 사라져간 패배의 인생이 많다. 우수한 무기와 전략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패배할 수 밖에 없었던, 단지 죽어서 가령 사망자 5만명중의 한사람으로 죽어가는 전사를 볼때마다 난 그 한 사람의 인생의 가치를 떠올리게 된다. 그 한 사람이 누군가의 자녀이고 부모이고 또 친구이고 다정한 이웃아저씨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 한 사람의 죽음이 단지 숫자상의 기록이 아닌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소중한 한 사람의 가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소설가가 시대를 이야기 하고, 그 속에 살아있는 인간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쩌면 숫자상으로만 기록될 한 사람의 운명을, 더욱 가치있는 스토리를 갖는 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역활일지도 모른다.가려진 커텐뜸 사이로...소설의 진실을.. 그리고 그 소설속의 인간의 본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쿤데라는 우리 세상 앞에, 우리가 보고 읽고 느끼는 모든 존재 앞에 마법 커튼이 걸려 있다고 한다. 이 커튼은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가리고 숨기는 역할을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튼 너머를 보지 못하고, 커튼에 적힌 대로 삶을 판단하는 데 길들어 있다. 이 커튼을 찢어 버리고 그 뒤에 숨은 우리 삶의 진실한 모습과 마주보아야 하는데, 훌륭한 소설 작품은 세상 앞에 드리운 커튼을 찢어 버리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밀란 쿤데라의 신작 에세이 커튼 은 이처럼 우리가 미처 들어가 보지 못했던 ‘소설’이라는 장르의 세계로 독자들을 보다 깊숙이 안내하는 작품이다.
커튼 은 오늘날 현대 소설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의를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지식, 문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풀어 낸 에세이이자 현대 소설론이다. 소설이라는 예술의 역사가 개인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 진실이란 무엇인가? ,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존재에 대한 세 가지 질문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보고, 그 대답을 인간의 지식과 인류의 역사,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위대한 소설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1부 연속성의 의식
연속성의 의식
역사와 가치
소설의 이론
가련한 알론소 키하다
스토리의 독재
현재의 시간을 찾아서
역사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들
삶의 갑작스러운 밀도의 아름다움
사소한 것의 힘
죽음의 아름다움
반복된다는 것의 부끄러움
2부 세계 문학
최소한의 공간에 최대한의 다양성을
돌이킬 수 없는 불평등
세계 문학
작은 국가들의 지방주의
커다란 국가들의 지방주의
동유럽 사람
중부 유럽
모더니스트적 반항의 상반된 길들
내 위대한 플레이아드
키치와 저속성
반현대적인 모더니즘
3부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기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기
뿌리 뽑히지 않는 오류
상황들
소설만이 말할 수 있는 것
생각하는 소설
비개연성의 국경은 이제 지켜지지 않는다
아인슈타인과 카를 로스만
농담 예찬
곰브로비치의 작업실에서 바라본 소설의 역사
다른 대륙
은빛 다리
4부 소설가란 무엇인가?
이해하려면 비교해야 한다
시인과 소설가
개종에 관한 이야기
희극의 희미한 빛줄기
찢어진 커튼
영광
사람들이 내 알베르틴을 죽였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판결
핵심의 윤리
독서는 길고, 인생은 짧다
어린 소년과 그의 할머니
세르반테스의 판결
5부 미학과 삶
미학과 삶
행위
아젤라스트
유머
그리고 우리에게 비극이 사라졌다면
탈영병
비극의 연쇄
지옥
6부 찢어진 커튼
가련한 알론소 키하다
찢어진 커튼
비극의 찢어진 커튼
요정
농담의 검은 밑바닥까지 내려가기
슈티프터의 관점에서 본 관료주의
성과 마을의 침범당한 세계
관료화된 세상의 실존적 의미
커튼 뒤에 숨겨진 삶의 나이
아침의 자유, 저녁의 자유
7부 소설, 기억, 망각
아멜리
지우는 망각, 변형시키는 기억
망각을 모르는 세계의 유토피아로서의 소설
구성
망각된 탄생
잊을 수 없는 망각
잊힌 유럽
세기와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행으로서의 소설
기억의 무대
연속성에 대한 의식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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