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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HeLa 세포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는 대학원 시절 쯤에 들었던 것 같다.그 때의 느낌을 반추해보면 솔직하게 우려스러웠다. 조금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런 연구를 위한 조직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해야한다면 아마도 연구가 참 힘들어질 것 같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난 연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물론 지금도 나는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인체에서 나오는 이런 연구 자체의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나온 부산물에 대해서까지 댓가를 지불해야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연구를 위한 것이라면 다른 것들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은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 쯤은 갖고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논쟁 중이고, 이에 관련해서 기관마다 연구자마다, 그리고 생명윤리학자며 법학자며 상당히 의견 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예전보다는 사람을,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나온 조직을 그저 도구로서만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사라진 것도 분명한 일이다. 그런 계기가 된 것이 바로 HeLa 세포이다.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은 바로 그 HeLa 세포와 그 세포의 주인인 한 흑인 여인, 그리고 가족의 얘기다. 헨리에타 랙스는 30대 초반에 자궁경부암으로 죽었다. 그러나 그의 암세포로부터 떼어낸 조직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실험실에서 불멸의 세포로 존재하였고, 수많은 의학 및 생물학 연구에 쓰였다. 그런 죽지 않는 조직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직접 사람에게 실험하기 전에 어떤 약품이나 환경의 변화 등이 사람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기 위해서 이런 사람의 세포에 먼저 실험을 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세포는 불멸이 아니다. 어느 정도만 분열하고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 주로는 텔로미어라고 하는 염색체 말단 부위의 길이가 짧아져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헨리에타 랙스로부터 온 HeLa 세포는 아니었다. 언제까지나 분열하고, 언제까지나 살아있는 세포였다. 그래서 전세계로 퍼져나가 의학 발전의 모든 것을 테스트받았고, 지켜보았다. 말하자면 영웅과도 같은 세포였다. 그러나 얘기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 세포를 떼어낼 때 의사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동의도 받지 않았고, 나중에도 그런 얘기를 가족에게 하지 않았다. 거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다. 가족들의 불행한 삶이 그 세포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세포와 관련해서 고통받았다는 것은 분명해보이고 또 그들의 위로받고 정당하게 칭송받아야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연구자들은 그런 것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진보를 위한 위한 대상일 뿐이었다. 레베카 스클루트는 그녀의 집요함으로 랙스가의 사람들을 찾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냈다. 그리고 과연 우리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어렴풋하게 제시하고 있다. 즉, 과연 의학 발전을 위해서 개인의 인권 따위는, 개인의 삶 따위는 폐기해도 좋은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도 존중하면서도 충분히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을 근거로 오프라 윈프리가 영화로 제작한다고 한다. 영화 소재로 충분한 내용이다. 만약 나오면 보고 싶다. 궁금하다. 물론 헨리에타 랙스와 그 가족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당한 부당함이 중심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게 더 팔릴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삶과 HeLa 세포는 뗄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드는 한 가지 아쉬움은, 과학적인 얘기가 좀더 깊게 다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HeLa를 가지고 이뤄낸 과학적 성과가 그저 목록 수준으로, 좀 더 나아갔다면 그저 초록 수준으로 다뤄지고 있다. HeLa와 HeLa를 가지고 이뤄낸 과학의 위대함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다룬다면 과학적으로 더 유익하고, 내용적으로는 감동적인 얘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적고 보니 전적으로 나의 관점인 것 같기도 하다.)(2012. 5)
1973년 어느 날, 미국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랙스 가족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 연락을 받는다. 20년 전,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해 땅에 묻은 어머니 헨리에타 랙스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어머니 몸의 일부가 무한 증식하여 몸무게 5천만 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00채만큼 불어났으며, 그 세포가 지구 세 바퀴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퍼져나가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모두 평생 자신의 집에서 몇 마일 이상은 나가보지도 않았을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 그녀의 세포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의학혁명을 이루고 인간 수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견인차가 되어 의사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매매되고 배양되는 동안, 놀랍게도 그녀의 가족들은 이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빈곤층으로, 노숙자로, 범죄자로 전락하며 비참하게 살아왔다. 어떻게 본인과 가족도 모르게, 한 여인의 몸이 실험대상이 되고 상업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사실을 알고 난 뒤에 가족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작가 레베카 스클루트는 인류를 구한 불멸의 세포주 ‘헬라(HeLa)세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이런 의문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생물학 교과서, 참고서, 인터넷과 잡지 등을 샅샅이 뒤져도 헬라세포의 원 주인과 그 가족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곳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헬렌 레인’ ‘헬가 라센’ 등으로 이름조차 잘못 쓰인 자료가 허다했다. 여기서부터 헨리에타 랙스의 직계가족, 친척, 지인, 헬라세포 연구에 연루된 모든 인물들을 추적하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저자의 10년에 걸친 파란만장한 고투가 시작된다. 저자가 10년 동안의 집요한 취재와 집필 끝에 내놓은 역작. 헨리에타 랙스와 그녀가 현대의학에 미친 영향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다루고, 그 모두가 매혹적이다. 인류의 탐욕과 그에 가려져 있던 한 여인의 삶을 둘러싼 윤리적 질문들을 낱낱이 파헤치며, 그 과정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인물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

책머리에
프롤로그-사진 속의 여인
데버러의 목소리

제1부 삶
1. 검진…1951
2 클로버…1920~1942
3. 진단가 치료…1951
4. 헬라이 탄생…1951
5. 시커먼 게 몸 안 가득 번지고 있어…1951
6. 어떤 아줌마 전화야…1999
7. 세포배양의 생과 사…1951
8. 정말 비참한 환자다…1951
9. 터너스테이션…1999
10. 길 건너편 저쪽에는…1999
11. 고통의 악마 그 자체…1951

2부 죽음
12. 폭풍…1951
13. 헬라세포 공장…1951~1953
14. 헬렌 레인1953~1954
15. 기억하기엔 너무 어렸을 때…1951~1965
16. 한곳에서 영원히…1999
17.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며 개탄스러운…1954~1966
18. 정말 해괴한 잡종…1960~1966
19. 이 세상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1966~1973
20. 헬라폭탄…1966
21. 심야 의사들…2000
22. 그녀는 명성을 얻을 자격이 충분합니다…1970~1973

제3부 불멸
23. 그게 아직 살아있대요.…1973~1974
24.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1975
25. 누가 내 비장을 팔아도 좋다고 했습니까?…1976~1988
26. 프라이버시 침해…1980~1985
27. 불멸의 비밀…1984~1995
28. 런던 이후…1996~1999
29. 헨리에타 마을…2000
30. 제카리아…2000
31. 죽음의 여신, 헬라…2000~2001
32. 저게 다 우리 엄마 …2001
33. 흑인 정신병원…2001
34. 의무기록…2001
35. 영혼 정화…2001
36. 천상의 몸…2001
37. 겁먹을 건 암거도 없으니께…2001
38. 클로버로 가는 먼 길…2009

그들은 지금 어디에
에필로그-헨리에타 랙스, 못다 한 이야기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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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