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호기심을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궁금증이 아닌 막상 호기심을 일으키고 보니 그 결과에 동화되지 못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을 고를때 나의 호기심을 충분히 검토해 보지 않았음이 바로 드러났다.
건축에게 여기까지는 좋았다. 건축에 관해 워낙 문외한인지라 호기심에 읽어보고 싶었을 뿐이였는데 미쳐 시대를 묻다 라는 것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이 표면적으로 떠오르고 말았다.
시대를 묻는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켰어야 했는데 건축 이라는 화두에 쏠려 시대를 묻는다는 것은 건축을 뒷받침해 주는 적절한 배경으로 생각했다.
분명 이 책에서 건축 혹은 건물이 주축이기는 하지만 시대의 말함은 건축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그 무게감의 낯섬은 건축가를 인식하고 있는 나의 의식을 것이다.
분명 건축을 한다는 것은 미적 감각을 떠나 창의력과 독창성이 부여 되는 예술의 혼이 담겨 있는 작업임에도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어느 순간 건축가라는 존재를 깨닫고 있는게 아닌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똑같은 건물들에 질려 건축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의 경관과 독특함을 살리는것이 아니라 무조건 같은 것들만 지어내는 주변의 건축물들을 보면 사람이 지었다라기 보다는 기계로 찍어낸 듯한 인간미가 사라진 삭막한 세계일 뿐이였다.
그랬기에 내가 인식하고 있는 건축가는 노동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요소일 뿐이였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지적이면서도 감수성을 가진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건축가는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이들이라고.
이 말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지만 이 말을 능가하는 철학적 사고와 아름다움을 건축가들이 지니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분명 이들은 건축가들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언어는 노동의 거침도 아니였고 자의식의 젠체도 아니며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는 좁은 식견을 가진 것도 아니였다. 건축을 통한 시대를 말한다는 것은 단순히 건축물을 놓고 요즘의 세태나 유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안에 들어 있는 그들의 혼을 말하고 있었다.
건축을 통해 철학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술의 미는 제쳐두고 그들의 언어는 날카롭고 깊었다.
때론 우뚝 솟은 건물 안에서 때론 야트막하고 자연에 순응하듯 도심의 한가운데 떠 있는 포근함 속에서 그들은 모든걸 토해내고 있었따. 그 토함은 너무 깊은 곳에서 올라 왔기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혼돈의 늪 속에 빠져 버렸지만 허우적 거림이 나쁘지 않았다.
너무나 유명한 건축을 또는 건축도시의 거대함, 위대함 앞에 주늑들지 않고 허우적 거림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은 밖에서 건물을 쳐다보는 능동적인 시각을 버리고 건물 안에서 바깥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어 준 그들의 배려 덕분이였다.
실로 밖에서만 찍어대는 건물의 모습에 익숙한 우리는 이방인에 불구했다.
그러나 건물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의 시각의 충족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였다.
그래서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이들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 것이 바로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였다. 밖에서 바라볼때의 낯섬은 존재하지 않은 채 공간속의 포근함은 안으로 들어다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된 환경결정론의 의도는 늘 나의 갈망이였지만 이 책 속의 건축물들을 보고 나니 그 의도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면 거주하는 사람들의 정신적,신체적 복지가 향상된다는 환경 결정론은 비단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닌 우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투기로써 집을 마련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위해 집을 꾸미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기에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나오는 말은 세속을 잊고 욕심을 버리고 내 삶의 향상을 돕고 있었다.
남창에 기대어 마음을 다잡아 보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방이지만 편안함을 알았노라
어쩜 단아하면서 햇살이 그득한 집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창을 통한 바깥 세상을 보지 못하는 어두움을 안고 사는 시각을 지녀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건축가 민현식이 ‘‘건축을 통한, 이 시대와 이 땅에 대한 진정한 질문과 성찰의 결과로서, 새로운 태도와 제안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지금 여기’의 건축과 건축가들을 사유해나간 기록이다. 그는 이 성찰의 기록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리얼리티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우리 삶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질문한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19개의 작업들은 건축가들의 지적 감수성의 산물이다. 그 건축이 서 있는 장소의 특성을 탐색해가는 방편이며, 이를 통해 시대를 성찰한 결과이고, 사유의 흔적들이다. 이 작업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새로운 건축의 화두들이며, 이들의 실험과 실천은 더 넓은 지평을 열기 위한 노력들이며, 더불어 날카로운 지성과 예민한 감성을 통한 질문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건강하다.
…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집들을 직접 탐방해 보기를 권한다. 건축은 그 어느 설명보다도 현장에서 스스로 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건축의 진실은 현장에 있기 때문이며, 여러분들이 가진 지적 감수성이 이 건축들이 가진 또 다른 가치들을 발견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시대를 묻는 건축가들 _책을 내면서
제1부 이 시대, 우리의 도시
우리 시대, 도시의 가치 _ 승효상 웰컴시티
도시구조의 건축 _ 김영준 허유재빌딩
건축을 길로 구축한 집 _ 최문규 쌈지길
공동성이 실천된 지혜의 도시 _ 프로리안 베이글+승효상+김종규+김영준+민현식 파주출판도시
이 시대, 우리의 도시 _ 민현식 도시건축론
제2부 삶의 본원적 가치에 대한 질문
변화가 없으면 진보도 없다 _ 김종성 SK빌딩
시민사회가 만드는 건축 _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정기용 기적의 도서관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이 시대의 대학 캠퍼스 _ 민현식 한국전통문화학교
이 시대의 피난처 _ 조병수 □자집
흙건축에서 복원된 우리의 오래된 가치 _ 정기용 자두나무집
우리시대의 한옥 _ 정현화 필당
제3부 편집된 풍경 또는 풍경의 편집
건축적 풍경 _ 조성룡 양재287.3에서 의재미술관을 지나 선유도공원에 이르는 풍경의 여정
땅의 조건에서 도출된 건축풍경 _ 황일인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삶과 풍경이 조우하는 아름다운 집 _ 이민아+다니엘 바예 교문사
도시의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는 건축 _ 이민 SJW 패션사옥
제4부 감각의 디자인, 경험의 디자인; 우리들의 기억과 욕망
내가 보았던 것을 보려 하십시오 _ 이종호 박수근미술관
이야기꾼으로서의 건축 _ 서혜림 서울시청 직장 어린이집
현상학으로서의 건축 _ 김준성 아트레온
행위가 현상으로 재현되는 공간 _ 김종규 카이스갤러리
오감으로 체득되는 건축 _ 최욱 두가헌
_참여 건축가 프로필
_찾아보기
카테고리 없음